언제부터 현대도예가 현대미술의 주류가 되었던가?

현대도예(現代陶藝)가 발전적인 전향(轉向)의 계기를 이루게 되기를 도예인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한국 현대도예의 시작과 그 전개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득보다 실이 많았던 지금까지의 어정쩡한 모습들은 차치(且置)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다시 한번 제시하면서 이에 올바른 진로선택을 위한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1~4)

언제부터 현대도예가 현대미술의 주류가 되었던가? [현대도예의 정착을 위한 제언에서..]

- 현대도예(現代陶藝)란 도예에 있어서 <현대성(現代性)>이라고 지적한다면 예술에 있어서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일 뿐으로 현대미술(現代美術)조차도 사실 계속적인 가치관의 갱신을 나타냄으로 하여 그 정립기준이 되는 객관적 시기를 간주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미술의 이해, 임영방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도예의 범주(範疇)를 생각해 보고 나름의 정의를 내린다면 역시 전통적으로 내려온 도자예술과 맥을 같이 하는 도예(陶藝)의 일반론이다.

현대도예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현대적 삶을 위한 소성과정을 통해 실용성과 기능성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도자기법과 재료를 원칙으로 도예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야 하는 공예적(工藝的)인 작업(품)이다. 즉, 도예는 어디까지나 도자공예(陶磁工藝)인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고 말장난 같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전적 의미로 보면 '공예(工藝):(명)①공작에 관한 기술, ¶도자기∼ ②미술적인 조형미를 갖춘 공업.생산품을 만드는 일 또는 그 제작품'으로 용어가 찾아진다.

그러므로 '공예'에 덧붙여진 도자공예는 '도자를 가지고 공작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공예의 '뛰어난 기술(技術)'에서 예술(藝術)이 나온 것으로 도자예술(陶磁藝術)에서 줄인 말로 '도예(陶藝)'라는 말이 오늘날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겠다.
그러나 유사한 반면의 예를 들어본다면, '1.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는 단어로서 예술적 가치보다 미술적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기는 일련의 사람들이 흙으로 행하는 행위의 결과물. 2. 역사나 문화와는 무관하게 자본의 축척이나 개인의 이익을 생각하며 생산해낸 그 제작품'이라는 "도예"라는 용어에 대한 비화적 해석이 여기에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자뿐만 아니라 공예야말로 미술의 다양한 변천사를 통해서 본다면 <공예성>은 오늘의 현대공예로서도 <미술성>과의 대별되는 의미를 가지고도 예술성(藝術性)을 인정받은 지는 세계 미술사(世界美術史)뿐만 아니라 한국의 오랜 미술사(美術史)나 공예사(工藝史)를 통해서도 이미 증명된 일이다.(고유섭, 한국미술사 총론 1974, 일부 요약)

과거의 원시조각(原始彫刻)에서도 오늘의 현대미술(現代美術)에 대한 새로운 형식이 도출(導出)되었음을 안다면 바로 이러한 정체성(正體性)으로서의 공예(工藝)의 예술적 가능성이 예견되는 점이라 하겠다.

순수와 응용의 구분조차 모호한 지금!
현대도예(現代陶藝)가 순수미술의 그것처럼 일부에서 주장하는 조형성과 개성도 좋지만 현대 미술계에서 풍미(風靡)하고 있는 것을 본 따는 일로는 독창성(獨創性)을 인정받지 못한다.

선진국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현혹 될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의 이러한 현대도예의 순수 미술적 경향은 [다양성의 한 부류]로서 존재할 뿐이다. 여기에도 대부분의 도예가(陶藝家)가 실용적 기반을 잃지 안고 생활문화의 미적 창조로서 도예의 실용성(實用性)을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은 바로 [도자공예(陶磁工藝)가 가진 생활미학(生活美學)의 실제적 발현]임을 알기 때문이다.

앞서 본서의 '환경도예의 영역과 정의'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환경도예(環境陶藝)의 출발 또한 마찬가지로 일부 현대도예의 단순 조형성에 기인한 오브제 개념이 아닌 대중을 위한 공공미술의 형식과 공예성(工藝性)을 가진 [생활 미학을 위한 실제적 응용]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20세기 이후 세분화되어 분화된 건축(建築)의 영역은 공예(工藝)에 속해 있었듯이 공예적 의미의 실내용품에서부터 실외의 건축환경까지 포함하는 공예성(工藝性)을 한국적 도예문화에 있어서도 이러한 실제적 의미로서 환경도예(環境陶藝)에 바라고 있는 것이다.

'도자(陶磁)만큼 한 나라의 문화와 기술의 척도를 제공해주는 예술의 장르는 없다' - 허버드 리드(Herbert Read)의 동양문화의 감동과 찬사에서 보여지듯이 특히 도자공예(陶磁工藝)나 환경도예(環境陶藝)는 당대의 미학(美學)과 민족성(民族性)을 반영하는 흙과 불을 다루는 고도의 기술적 문화적 예술이다.

또한 이것은 재료 미학이나 심미적인 가치를 겸비한 생활문화(生活文化)라고 볼 때 한국문화(韓國文化)의 자존심은 바로 우리의 '공예문화(工藝文化)'에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새 천년을 맞는 밀레니엄 시대의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 중에 [고(高)부가가치 산업으로 문화 예술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공예성(工藝性)이라고 하는 생활의 정서를 환기시키고 미적 기능을 회복하는 일은 공예의 태생적 가치인 기계생산품의 획일성, 표준화, 규격화의 범주에서 벗어나 수공예적 인간가치를 복원하는 일로 현대 물질문명을 치유하는 또 다른 방법론으로써 그 의미는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현대도예(現代陶藝)의 [공예성-工藝性]회복은 산업디자인에 의해 대체된 도구성에 대한 대응으로서, 하나의 문화적 기제(基劑)로서, 또 실용적 공예미(工藝美)의 사회적 소통으로서, 다가올 변혁의 시대에도 더욱 새로운 역할로써 기대되는 것이다.

이재삼, [도벽@환경도예] 저자후기..